일본 식당과 웹2.0 ?
이 둘이 대체 어떻게 연결되는 거지? 아마 다들 생뚱맞다고 생각할 것이다.
출근하면 가장 먼저 보는 것이 바로 게시판이었다. 주인장으로부터의 공지사항, 앞서 일한 팀이 남긴 메모, 스케쥴표, 잇쵸 멤버들에 대한 소식 등이 붙어있었다. 이 게시판을 중심으로 잇쵸의 모든 컴뮤니케이션이 일어나고 있었다.
재밌는 것은 이 게시판이 단지 일방적으로 알림 기능만 수행하는 것이 아니란 점이다. 게시판에 각각의 의견을 개진하고 이에 반응하여 자기의 생각, 아이디어를 다는 것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있었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잇쵸는 1인 기업이었다. 주인장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아르바이트로 일을 했다. 주인장은 일주일에 1~2번 정도 밖에 잇쵸에 나오지 않았다. 잇쵸의 일 시스템과 매뉴얼데로 움직이되, 돌발상황과 같은 경우에는 곤로가 모든 결정권을 가지고 대처했다.
나는 잇쵸에서 일하기 전에 한국인이 운영했던 식당과 중국인이 운영했던 식당에서 각각 일한 적이 있다. 홀서빙은 아르바이트 학생을 고용하고 있었으나 그를 제외한 모든 파트는 Full Time 직원으로 채워져 있었다.
그러나, 1인 기업인 잇쵸가 그 들보다2~3배에 달하는 훨씬 많은 손님들을 끌어 모으고 있었다. 그리고 나중에 내가 잇쵸 캐쉬어일도 맡게 되면서 알았지만, 매출 또한 한국 식당의 2~3배 이상 올리고 있었다.(참고로 잇쵸의 매장크기는 한국 식당의 1/4 정도 밖에 안되었다)
우선 투자대비 수익률을 보았을 때 이 두 식당은 비교가 되지 않았다. 또한, 한국 식당에서 일할 때는 주인과 매니저로부터 잦은 지시사항을 들어야 했고 그 것마저 서로 소통이 잘 되지않아 직원들이 혼돈스러운 경우도 적지 않았다.
잇쵸에서는 주인장으로부터의 직접적인 통제가 거의 없다시피 했다. 모든 것은 치밀한 매뉴얼과 톱니바퀴처럼 알아서 잘 돌아가는 시스템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잇쵸는 그저 잘 돌아가는 일의 시스템만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내가 정말 놀란 것은 그 시스템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조금씩 진화해 나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 것도 아르바이트하는 사람들의 자발적인 의견교환을 통해서 말이다.
이 게시판과 각종 메모들을 통해서 계속 개선되어 나가고 있던 사항은
1. 낭비를 줄이는 것
2. 재활용하는 것
3. 더 편리하고 효율적인 일의 방식
4. 실수사항 체크 및 재발 방지
간단히 말하면 위의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었다.
잇쵸 멤버들은 숨은 그림 찾기 하듯이 마치 놀이처럼 그런 낭비요소, 개선 아이디어들을 찾아내고 있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었다. 누가 하나의 낭비를 지적하면 연이어 그 해결책을 다른 멤버가 제시하고, 그 의견을 칭찬해주면 다른 누군가가 또 어떤 아이디어를 낸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잇쵸안에서는 자연스럽게 혁신과 변화가 조금씩 늘 일어나고 있었다.
잇쵸에서는 게시판과 숱한 메모들을 통해서 협업, 참여, 공유가 일어나고 있었다.
아래 사진을 보라.
오후반의 사람이 먼저 쓰고 그 다음날 오전반의 선배 멤버가 주의해야 할 첨가사항을 소위 “리플” 단 것이다.
이런 “리플”형식은 기존 메모에 혹 빠진 내용을 다른 사람이 첨가하고 또는 자기 의견을 보태는 데 긴요하게 쓰였다.
간단히 해석을 해보면,
먼저 포크(돼지고기) 10개를 내놓아야 하는데 6개밖에 없었고 치킨도 없어서 내놓을 수 없었다 라는 내용이다.
(보통 돼지고기가 덩어리채로 오면 그것을 얇게 썰어서 5장씩 묶어 비닐랩에 씌운 후 냉동시켜놓는다. 그리고 다음날 사용할 분량만큼 미리 오후반 사람이 퇴근 전에 냉동된 포크를 꺼내놓아 다음 날 오전반 사람이 바로 쓸 수 있게 자연 해동시켜두는 것이었다. 닭도 얼려진 것을 내놓아 해동시킨다)
그 것을 보고 오후반의 선배가 첨가해서 주의사항을 써놓은 것이다. 빨간색 동그라미가 쳐진 부분을 보라. 부족한 분량만 쓰는 것이 아니라 여분의 양도 적어 놓으라고 꼼꼼히 지적하고 있다. 이렇게 잇쵸의 멤버들은 자체적으로 점검, 수정, 보완 단계를 거치면서 계속 일의 정확도를 높혀가고 있었다.
지금으로부터10년 전인 1998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리플의 개념이 등장했다는 것은 잇쵸가 시대를 앞서갔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 이 잇쵸의 게시판은 마치 아날로그식 포스트와 그 리플을 보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이 포스트에는 악플은 존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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