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에도 공부(工夫) 라는 단어가 있다. 한국어에서는 study 의 의미로 주로 쓰이지만, 일본어에서는
여러 가지로 궁리하다, 고안하다, 연구하다 라는 의미에 가깝다.
ITTYO 에서 갖가지 작업시스템, 행동라인 등을 접하면서 참 여러가지 섬세한 궁리가 참으로 많이 스며들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에 대해서 책으로 또는 학교에서 적지 않은 기간동안 공부한 적이 있다. 그러나 잇쵸에서 일하면서 그 동안 머리 속에 저장된 각종 지식들은 산산조각이 났고 곧 고소한 템뿌라, 구수한 간장냄새를 풍기며 급속히 재조립되었다.
그리고 나서 새롭게 눈을 뜨게 된 일본은 더 이상 지식이 아니라 깨달음의 형태로 내 몸 속에 스며들었다. 그리고 그 것은 또 새로운 아이디어와 지혜를 생성하게 만들어 주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짐작하겠는가? 지혜는 그리고 참된 지식과 노하우는 현장체험을 통해서 나온다는 것이다.
잇쵸에서 일하면서 책상 위에서 또 책으로부터 나오는 지식과 지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오로지 현장을 통해서, 직접 체험을 통해서야 비로소 팔팔 뛰는 활어회처럼 살아있는 지식과 쓸모있는 지혜가 탄생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 전 세계의 수많은 팬들이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인디애나 존스 시리즈 의 신작에 해리슨 포드가
환갑이 지난 나이에도 건재함을 과시하며 출연했다. 그 영화에서 존스박사가 적들과 추격전 끝에 학교 도서관에 뛰어드는 장면이 나온다. 적들에게 쫓기는 그 다급한 경황 속에 도서관에 앉아 열심히 책만 보고 공부하고 있는 한 대학생 에게 “젊은이, 위대한 고고학자가 되려면 책상,도서관으로 부터 벗어나게” 라고 한마디하고 자리를 뜬다.
레고로 재현한 인디애나존스 시리즈의 첫 편 <레이더스> 의 한 장면이다. 아주 오래전
가족과 함께 가서 봤던 기억이 난다. 너무 귀엽다^^
보통 우리들은 공부하면 책이 먼저 떠오르고 책상, 도서관이 떠오른다. 그리고 각종 자격증, 석사, 박사 그리고 뿔테 안경을 쓴 고시준비생부터 근엄한 교수님까지 공부박사가 너무나도 많다. 하지만, 그 중에 실전에서 정말 알토란같이 쓸모있는 지식과 지혜로 무장된 사람은 얼마나 될까? 솔직히 나는 현장 경험없이 박사자격증으로 도배를 한 사람보다는 현장에서 다양한 실무경험과 잔뼈가 굵은 사람이 훨씬 신뢰가 가고 그 사람을 먼저 쓰고 싶은 마음을 감출 수 없다.
공부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다. 몸으로 하는 것이다.
언젠가 철학자 김용옥씨가 이야기 한 것처럼 야구선수는 왜 공부를 안한다고 생각하는가? 꼭 책으로만 해야 그 것이 공부 인가? 홀로 낯선 일본땅에 가서 결국에는 최고의 야구선수로 인정받은 선수가 있다. 아시다시피 이승엽선수다. 그는 분명 새롭게 접하는 일본투수들의 까다롭고 생소한 스타일 때문에 무척 고생했을 것이다.
그 구질을 공략하기 위해서 수골백번은 더 연구했을 이승엽선수가 공부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나? 아마 모르긴 해도 이승엽선수는 일본투수의 구질, 일본야구경기의 전략전술, 고도의 심리전 등을 경험하면서 일본인에 대해서 상당히 깊은 이해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왜냐고? 그는 몸으로 또 자신의 분야 현장에서 일본을 진하게 경험했으니까!
일찌감치 해외에서 학위를 따가지고 와서 현장보다는 아카데믹한 분위기, 학교라는 온실에서만 그 고고한 자리를 지켜온 수많은 한국의 박사들은 밑바닥부터 현장에서 살다시피하며 몸으로 체득해온 일본인들의 공부(工夫)를 당해내지 못할 것이다.
비싸게 산 외제 목검으로 아무리 휘두르면 뭐하나? 현장에서 제대로 갈아 만든 진검 한 칼이면 단번에 베어져 버릴 것을..
부리부리박사 1974년~1978년까지 KBS 에서 했던 어린이 인형극이다.
"나는야 나는야 부리부리박사~" 주제가를 당시 어린이들이 도처에서 부르고 다녔을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캐릭터다. 현재 사장되어 버렸지만 최근 다시 인형극으로 올렸다한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도 그 명성이 쇠퇴하지 않고 더욱 경제적 부가가치를 올리고 있는 일본의
국민 캐릭터 도라에몽(동짜몽)과는 너무 비교되지 않는가?
잇쵸내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이란 다음 내용으로 함축할 수 있었다.
시간이 걸리는 것
다치는 것
실수 하는 것
힘든 것
이 것을 해결하기 위해 다각도로 또한 다단계로 궁리해 들어가는 것이다.
다각도는 문제를 여러 각도에서 생각해보는 것이고, 다단계는 여러 단계로 그 원인을 추궁해 들어가는 것이다.
예를 들어 특정 구역의 청소하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한다면 그 원인이 청소하는 방법이 문제인가, 청소하는 사람 자체의 문제인가, 특정 구역에 배치되어 있는 선반의 위치가 문제인가. 아니면 함께 청소하는 사람들 팀웍의 문제인가 등으로 세분화해서 여러 각도로 그 해결책을 찾는다.
다단계의 경우는 문제의 표면이 아닌 심층적 원인자체가 뿌리채 해결될 수 있도록 여러 단계에 걸쳐서 그 원인을 추궁해 들어 가는 것이다.
예를 들어 특정 주문의 요리를 하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한다면
시간이 걸린다 à 그 요리에 들어가는 특정 재료를 찾는 시간이 걸린다. à 그 재료를 원래 두는 위치가 잘못 되어 있다 à 새로 들어온 신입멤버가 두는 위치를 모르고 자꾸 다른 곳에 두고 있었다 à 신참교육담당 고참멤버가 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않았다 à 교육시키는 날이 토요일이어서 너무 바빠 제대로 가르칠 시간이 없었다 à
해결책 – 다음부터 신입멤버 교육은 손님이 별로 없는 평일에 점심과 저녁시간을 피해서 책임담당자에게 맡겨놓고 시간을 충분히 갖고 정확히 가르친다.
결국 특정 요리를 하는 시간이 걸린 근본적인 원인은 바쁜 토요일에 신입멤버 교육을 했기 때문이었다. 흔히, 생활에서 문제가 발생할 때 눈이 금방 띄는 원인을 보고 “아 맞다 그거야!” 하고 쉽게 말을 하는 경우가 있다. 아니, 솔직히 이야기하면 그렇게 빨리 결론 내리고 싶은 것이다. 원인을 캐들어 가는 고통과 인내가 싫은 것이다. 하지만, 그 말을 내뱉는 순간 사고는 정지되어 버리고 잠시 해결책을 찾은 듯한 착각이 주는 편안함에 안주하게 된다.
그 말은 즉, 다시 그 문제가 재발할 가능성이 늘 잠재 되어 있다는 뜻이다.
이 궁리박사들을 만나는 경험은 전에 일본을 그저 보는 차원에서 이제는 일본에 대해 깨닫게 해주는 좋은 공부(工夫)가 되었다.
깨달음이란 지금까지 별 신경쓰지 않고 무덤덤하게 대해왔던 것에 주의가 미쳐 그것의 존재를 알게 되는 것이다.
그 말은 곧 문제의 본질에, 또 핵심에 다가가는 것이기도 하다. 이 깨달음의 순간을 갖기 위해서는 집요한 관찰력과 집중해서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다 그 것이 누적이 되다가 어느 순간 머리속이 뻥하고 뚫리듯이 명쾌해지고 숨겨져 있던 깊은 의미까지 알게 되는 것이다.
도요타에는 5W1H 라는 원칙이 있다. 도요타에서 뭔가 문제가 발생했을 때 먼저 다섯 번의 Why, 왜? 란 질문을 던진다고 한다. 그 것도 머리속에서만 하는 질문이 아니라 철저하게 현장에 가서 직접 그 현물을 보고 근본원인 을 찾아간다고 한다. 현장에서 그 해답을 찾으려고 하는 자세, 지금 상태에 만족하지 않고 이리저리 더 나은 방법을 궁리해보는 끈기와 집착은 일본인이 가지고 있는 최대의 장점 중 하나이다.
이 것이 장인정신과 연결이 되고 극도의 불황에도 일본을 단단하게 지탱했던 제조업의 실체 이며 지금까지 일본을 세계 2위의 경제대국에 올려다 놓고 있는 저력인 것이다.
준짱의 1분 노트>>
책상에서 해답을 찾으려 하지 말고 인디애나 존스처럼 현장으로, 정글로 뛰어들라!!
가자! 아마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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